한국의 바스티유
 
“숱한 민족의 수난사를 이젠 안으로만 간직한 채, 서대문 시대 그 칠십구 년의 역사를 마감한 서대문형무소. ‘한국의 바스티유’로 불리기도 하다가 이제는 퇴역한 서울구치소, 아니 서대문형무소는 그러나 오늘, 아직은 철문에 빗장을 지르고 텅 빈 채로 침묵에 싸여 얼룩진 벽돌담과 감시탑만으로 말없이 오가는 시민들을 지켜보고 있을 뿐이다.”
 
― 나명순, 『서대문형무소 소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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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오는 밤(雪夜)
감옥 둘레 사방으로 눈이 펑펑 내리는 밤(四山圍獄雪如海)
무쇠처럼 찬 이불 속에서 재와 같은 꿈을 꾸네(衾寒如鐵夢如灰)
철창의 쇠사슬 풀릴 기미 보이지 않네(鐵槍猶有鎖不得)
심야에 어디에서 쇳소리는 자꾸 들려오는지(夜聞鐵聲何處來)

 
하지만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어두운 공간에 갇혀 무쇠처럼 찬 이불 속에서 재와 같은 꿈을 꿀 수밖에 없는 절망의 한 가운데서도 미래를 향한 도전을 포기하지 않았던 이들이 있었다. 서대문형무소는 역사의 저편이 아닌, 살아있음으로 내쉬는 이들의 가쁜 숨소리를 들어 내 숨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그런 곳이다.


 
 

글 김종철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홍보팀장
사진 황석선 |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홍보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