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군민은 일해를 원하지 않습니다.



글 류외향 





예전에는 해인사로 유명했던 합천이 이제는 일해공원으로 유명해졌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논란이 되고 있다.

 

게다가 표본은 또 어떤가? 누가 봐도 공정하고 객관적인 표본이 아니다. 모두 관의 지원을 받는 사람들이고, 특히 새마을지도자회에서는 몇 천 만원 단위의 활동비 전액을 지원받는 관변단체이니, 이 설문조사는 “권력 집중식이자 행정 편의식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는 것이다.  
공원 이름에 대한 내용이 군청 홈페이지에 올라온 것을 가장 먼저 발견한 사람이 바로 배기남 사무국장이다. 합천군농민회 일을 하고 있는 그는 농민회에서는 좀처럼 찾기 어려운 젊은 사람이다. 7년 전에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활동을 하기 위해 합천군농민회에 추천받아 오게 되었고, 가회면에 둥지를 틀고 농사도 조금씩 지어가며 농민회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고 한다. 그가 발견한 ‘일해공원’은 지역의 문제를 넘어 한국 현대사를 뒤흔들 수 있는 문제였다. 그리하여 그의 발의로 지역 내 진보적인 인사와 단체가 모여 운동본부를 꾸리게 되었다.

몇 백억 대의 재산가로 탈바꿈했으며, 가난한 집안이었던 일가친척들이 지금은 모두 떵떵거리며 살고 있다는 배기남 사무국장의 증언은 공원 선정사업의 본의를 짐작하게 한다.
이런 군수의 행적으로 보아 그의 전두환에 대한 충정은 단지 개인적인 호불호의 성향으로만 넘겨 보아줄 문제는 분명 아닌 것이다.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게 있다? 학살자의 이름과 백지 수표의 교환쯤 되려나. 한 술 더 떠서, 합천군청이 전두환 기념관을 세우려고 했던 처음 자리는 공원 안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관련법상 공원 안에는 건물을 지을 수가 없어 공원 맞은편에 있는 종합운동장 쪽에 짓겠다고 땅 매입 예산안까지 제출했다고 한다.
‘일해공원’ 논란이 하도 시끄러워서 그런지 지금은 다시 잠잠해졌지만, 기회만 닿으면 언제든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는 사안이다. 운동본부는 그래서 더욱더 ‘일해공원’을 막고자 한다. 처음엔 다들 어처구니없어 황당해할 뿐이었고, 정말 그렇게 하겠느냐 반신반의했다가 조금씩 그 문제에 접근할수록 ‘일해’라는 이름은 공모를 통해 우연히 정해진 것이 아니라 군수의 의지 하에서 계획적이고 조직적으로 진행되어 온 하나의 프로젝트임을 충분히 감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일해공원’은 지역의 문제를 넘어 한국 현대사를 뒤흔들 수 있는 문제라고 말하는 합천군농민회 배기남 사무국장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강석정 전 합천군수는 “(공연히 일해를 들고 나오는 바람에) 합천 사람, 합천 땅 전체가 욕을 먹으니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고 했다. 나도 개인적으로 근황을 묻는 사람들에게 “예전에는 해인사로 유명하다가 요즘에는 일해공원으로 유명한 합천에서 지내고 있어요.”라고 자조 섞인 대답을 한다. 아무 잘못도 없이 싸잡아 욕을 먹는 판국인 것이다.
사실 지금의 노인들은 자신이 사는 지역에서 대통령이 나면 오로지 영광이라고 생각하는 세대이기 때문에 마을 앞의 먼지 풀풀 날리던 길이 말끔하게 포장되기만 해도 대통령의 덕이요, 후광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실상은 전두환이 대통령이던 시절에도 그랬고, 그 후에도 그가 합천을 위해 한 일은, 딱 잘라 말해, 없다. 그리고 합천군청의 선전과는 달리 ‘일해’라는 이름을 지지하는 합천군민의 숫자는 소수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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