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제주 마지막 날에 서귀포에 위치한 6월 항쟁비를 방문했다. 서귀포 6월 항쟁비는 1987년 6월 민주항쟁 당시 천 여명의 서귀포 시민들이 민주항쟁을 전개했던 장소로 대한민국 최남단에서 전개된 민주항쟁의 전국적 완성을 의미하는 뜻 깊은 항쟁이다. 24주년 즈음하여, 후세에 민주주의 산 교육장으로서 역할을 하고자 세워진 기념조형물이다. 허나, 서귀포 6월 항쟁비가 우리에게 보여준 모습은 유적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난감했다. 네비게이션에서도 쉽게 찾을 수 없었으며, 제주의 한 시장, 그 안에 작은 놀이터에 흙먼지만 가득 쌓여있었다. 심지어 그 곳에 터를 잡고 계신 주민들조차 알지 못하는 유적이었다. 우리가 그곳에 방문해 처음 마주한 것은 그 앞에서 술을 마시는 어르신들과 바로 앞 쓰레기처리소의 불쾌한 냄새였다. ‘정말 이 곳에서 민주항쟁이 있었던게 맞을까?’ 라는 생각이 스쳐가고, 그 다음은 안타까움이 느껴졌다. 32년밖에 채 되지 않은 역사와 20년을 넘게 산 우리들. 과연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지금의 우리를 있게한 역사인만큼 그에 맞는 예를 갖춰야하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