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차에는 故 장준하 선생의 정신을 이어가는 곳을 찾아가고자 돌베개 출판사와 장준하 추모공원을 방문했다.

돌베개 출판사는 故 장준하 선생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군으로 징용되었으나 부대를 탈출하여 광복군을 찾아가는 일대기를 그린 책 『돌베개』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진 출판사다. 책 돌베개는 1971년에 발간되었는데 이는 당시 우리나의 정세와 큰 관련이 있다. 1960년대 말, 당시는 故박정희 대통령의 장기집권 음모가 노골화되던 시점이었다. 미국의 닉슨독트린을 계기로, 전 세계가 데탕트 분위기 속에서 미국과 중국의 수교에 힘입어 우리나라도 북한과 74남북공동선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박정희 대통령은 ‘한국식 민주주의’를 표방한 유신헌법을 공표하며 장기 독재의 길을 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故 장준하 선생은 과거 일제하에 조국의 광복을 위해 분투했듯 반독재민주화투쟁을 멈추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나타내고자 돌베개를 썼다.

이러한 故 장준하 선생의 정신을 이어받아 만들어진 곳이 돌베개 출판사였다. 1979년 설립 이후, 우리나라의 현대사에서 큰 방점이 되었던 인물들의 사상, 일대기 등을 기록하고 책으로 발간하여 많은 사람들이 故장준하 선생의 정신을 본받고 올바른 가치관을 확립할 수 있도록 공헌하고 있다. 대표적인 책은 故 장준하 선생의 ‘돌배게’를 비롯하여 ‘전태일 평전’, 故 노무현 대통령의 ‘운명이다’, 유시민 작가의 ‘역사의 역사’ 등이 있다.

돌베개 출판사는 파주출판단지에 위치하고 있다. 처음 방문한 곳이라 찾아가기 쉽지 않았지만 각 건물 앞에 세워져있는 표지판을 따라가며 출판사에 도착했다. 출판사는 4층짜리 건물에 있었다. 1층은 북카페가 있었고 나머지는 출판사 업무를 보는 곳이었다. 주말에 방문했기에 따로 출판사 사무실에 방문할 수는 없었고 1층의 북카페에 들어가기로 했다. 북카페에 들어서니 돌베개 출판사에 판매하는 책들이 전시되어있었고 자유롭게 읽을 수 있었다. 우리 팀원들은 우리나라의 민주화를 위해 노력하신 분들과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온 분들의 정신을 느끼고자 전시된 책들을 불러보고 그 중 마음에 드는 책을 골라 독서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돌베게 출판사 전경>

<돌베게출판사 건물 벽에 게시되어있는 문장. 이 문장은 故신영복 선생의 명언이다>


故 신영복 선생의 명언은 북카페 내부에도 전시되어있었다. 책을 읽다 보니 故신영복 선생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것 같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독서에 집중하게 되었다. 그러다 우리는 문득 다음과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이 책장에 있는 책들의 저자들 모두는 후손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신 분들이구나!’ 이러한 생각을 하면서 내 자식을 비롯한 후손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조상이 되길 다짐했다. 그리고 그 다짐을 잊지 않고자 각자가 읽은 책을 구입하고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며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장준하 추모공원은 돌베개 출판사에서 그렇게 멀지 않은 파주시 탄현면에 위치하고 있었다. 공원의 위치가 사람들이 매우 드문 곳에 위치하여 찾아가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도 각종 지도 어플과 인터넷을 통해 겨우 도착할 수 있었다. 장준하 추모공원이 만들어진 계기는 故 장준하 선생의 묘소 뒤편이 폭우로 인해 붕괴되었기 때문이다. 당시 유족들은 묘소 뒤편의 석축을 개축할 2000만 원의 비용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에 파주시는 지금의 위치에 추모공원을 조성하고 묘소를 이장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제안했다. 유족들은 이에 응했고 2012년 8월에 완공되었다. 공원에 도착한 직후 우리는 공원이 생각보다 초라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대한민국의 광복과 민주화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친 분을 모신 곳인데 기념할 만한 것이 너무 없었다. 거기다 선생이 사망한지 약 37이 지나고서야 추모공원이 지어졌다는 사실에 우리는 분노와 암담, 슬픔 등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감정을 추스르고 공원에 세워진 석조들을 둘러보았다. 거기에는 선생의 생애와 돌베개, 사상계에 대한 설명, 책 내용의 일부가 새겨져 있었다. 그곳을 둘러보며 우리는 ‘이렇게 치열한 삶을 사신 분도, 돌아가신 후에는 주변에 적막만이 흐르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고독과 적막만이 흐르는 그곳에서 우리는 부끄럽지 않은 조상이 되기란 결코 쉽지 않으며, 상당히 외롭고 고독한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하지만 공원의 한 석조에 새겨진 글귀를 통해 우리는 작은 희망을 안고 갈 수 있었습니다. ‘그의 죽음은 별이 떨어진 것이 아니라, 보다 새로운 빛이 되어, 우리의 앞길을 밝혀주기 위해 잠시 숨은 것일 뿐입니다.- 故김수환 추기경, 장준하 영결 미사에서’ 이 문구를 통해 후손에게 부끄럽지 않은 조상이 되는 것은 때로는 고독할 때도 있지만 누구보다도 자랑스러운 사람이 되는 것임을 느끼며 3일차 답사를 마쳤다.


<장준하 추모공원임을 알리는 공원 입구의 표지판. 사진과 달리 성인 남성의 키 정도의 크기로 집 주변 공원과 같은 느낌이다>

<장준하 추모공원에 새겨진 『돌베게』의 일부 문구. 이를 보며 우리 팀은 현 세대에 살고있는 모두가 부끄럽지 않은 조상이 되어야 한다고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