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진정한 젊음으로의 길


 

저희는 보수동 책방골목으로 향했습니다. 민주공원과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이 곳 일정을 공유하기에 앞서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탐방의 모티브이자 주제가 된 책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한 때 불온서적이었던 적이 있습니다. 이와 관련된 사건이 바로 “부림사건” 입니다. 서울에서 일어난 학림사건과 비슷한 일이 부산에서 일어났다 하여 부림사건이라 불리게 되었습니다. 이 곳에서 조직되었던 양서협동조합을 주축으로 학생, 교사, 직장인들이 독서와 공부를 통해 사회에 공헌하려 했던 노력은 1981년 9월 전두환이 이끄는 신군부에 의해 불법체포 되어 고문과 감금을 당해야만 했습니다. 부림사건은 신군부가 집권 초기 통제력을 강화하기 위해 조작한 사건으로 밝혀지는데요, 체포되어 법정에 모인 사람들 중 서로 생면부지였던 관계도 있었다는 이야기 등 여러 전말이 담겨있습니다.

정부가 그들이 짜 놓은 프레임에 국민을 가두고 여론을 몰아가는 꾀임을 부리는 모습은 부림사건 뿐만 아니라 우리 역사 곳곳에서 드러납니다. 그리고 그 흔적은 역사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자극적인 내용만 기억하게끔 만들었습니다. “걔네 폭동이었잖아.” “니 빨갱이냐?” …무심코 내뱉는 말 속에 숨어있는 진실의 무게는 너무나 무겁고 무겁습니다. 그렇기에 국민은 늘 국가조직을 의심하고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해야 합니다.

한편 부림 사건은 영화 ‘변호인’이 나오기 전까지 그렇게 비중 있게 알고 있던 역사적 사건은 아니었습니다. 영화 변호인을 통해 해당 사건이 더욱 주목을 받게 되면서 저희 또한 관심을 가지고 배울 수 있었습니다. 영화 <변호인>에서도 이 곳 보수도 책방골목에서 헌책을 사고 파는 장면이 촬영되었다고 합니다. 주인공의 실제 모델인 노무현은 부림사건의 무료 변론을 맡으며 훗날 이 일을 계기로 인권변호사의 길을 걷게 됩니다. 이 골목은 많은 이야기, 많은 인물들의 삶이 얽히고 설킨 곳입니다. 저희는 책이 주는 따뜻한 감성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 책 하나 자유로이 읽지 못했던 그 어두운 시대의 참상을 느꼈습니다.

 아쉬운 마음에 이 곳에서도 다양한 인증샷을 남겨보았습니다특히 이전에도자주 와서 사진도 찍고 놀았던 곳 중 하나인데 역사스터디를 통해 정확한 지식을 갖고 방문한 보수동 책방골목의 공기는 평소와는 사뭇 달랐습니다

 태풍 운김 518호의 다음 상륙지는 광주입니다. 팀원 4명 중 한 명도 광주를 방문해본 적이 없다고 한 터라 팀원 모두 기대를 하며 방문하였습니다. 광주에서 첫 번째로 도착한 곳은 우리나라 민주주의 역사상 빼놓을 수 없는 5.18 운동의 시발점이 되었던 전남대학교였습니다. 전남대학교 정문에서 저희는 인증샷을  남기고 학교 안으로 걸어 들어갔습니다.


 정문을 들어서자 오월길이라는 팻말과 많은 나무들이 늘어져 서 있었습니다. 나무가 둘러싼 길을 걸으며 들어가니 잔디밭과 잔디밭 위에는 많은 학생들이 청춘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학교 안쪽으로 들어가 전남대학교 518기념관을 방문했습니다. 전시관은 크게 여섯 공간으로 구성되어 전남대학생의 투쟁을 생생하게 기록하고 있었습니다. 전남대학생의 운동뿐만 아니라 전남대 교수 33명의 시국선언문을 읽으며, 민주주의에 대한 그들의 열망을 잠시나마 강렬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기념관에 있는 모든 기록들을 하나하나 꼼꼼히 읽어보았습니다. 그리고 마음에 새겼습니다. 기념관을 살펴보던 중, 기록을 유심히 살펴보던 외국인 한 분을 보았습니다. 저희는 정중히 인터뷰를 요청해, 기록관에 방문하게 된 동기, 기록관을 둘러본 후 느낌 등을 물어보았습니다. 그리고 전남대학교 학생 한 분에게도 인터뷰를 요청했고, 실제로 전남대학교 대학생 중 4퍼센트만이 기록관을 방문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기록관을 둘러보며, 외국인 한 분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보지 못했기 때문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기록관 방명록에 저희 태풍 운김 518호의 흔적도 남기고 왔습니다.


 기록관을 나와, 전남대 도서관 앞 ‘5.18 광장’의 푸른 잔디밭과 분수를 보며, 이곳에 누워 5월의 노래를 부르던 저희와 또래의 학생을 떠올려보았습니다. 1980년 5월 18일, 교정을 점거해 학생들을 구타한 군인들에 대항해, 계엄령에 항의하며 시위를 해나가던 그들의 정신을 되새겼습니다.

 이렇게 보수동 책방골목과 전남대학교에서 찾을 수 있듯이 민주주의란 특정한 높은 지식인층이 행했던 것이 아니라 저희와 또래의 학생들이 이뤄냈다는 것을 되새기며 현재의 저희 행동을 뒤돌아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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