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을 기록하기 앞서, 저희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먼저 풀어 놓고자 합니다.

 

저희 팀이 지향했던 민주주의 여행은 보다 잘 알려지지 않은 민주주의 스팟을 주목하고, 민주주의 활동의 뒤에서 든든하게 지지해 주었던 `종교 사적`을 찾아 나가는 여정이었습니다.

 

  앞서 `꽃보다 호랑이`팀원 중 그 누구도 종교를 갖고 있지 않으며, 특정 종교를 우상화하거나 신봉하는 의도가 전혀 없음을 먼저 고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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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8월 31일.

 방학의 끝무렵 반짝했던 장마가 끝나고 맑게 갠 날, 꽃보다 호랑이 팀의 민주여행이 시작되었습니다.

 

 

 뜨거웠던 여름이 지나고, 여행을 떠나기 더없이 좋았던 날씨였어요:)



안암에서 원주까지 몇 시간을 달려 원동성당 근처의 문화의 거리에 도착했습니다.

주변에 있던 정감 있던 식당에 들어가서 밥을 먹고, 원동성당으로 출발하기로 했습니다.



민주 여행을 가기 위해서 러시아에서 날아온 안승범군(20, 꽃보다 호랑이)이 한식을 먹고 기뻐하고 있군요!


밥을 먹고 5분 정도 걷자, 원동성당 건물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성당 근처에 도착했을 때, 옛날 건물에서 느껴지는 고풍스러움에 감탄을 감추지 못했어요. 

현대적인 건물 사이에 살아 있는 옛날의 향기는 언제 봐도 가슴을 찡하게 한답니다.


(feat.시그니쳐 호랑이 포즈)

원동성당에 도착한 기념으로 꽃보다 호랑이팀 단체 셀카!


점심 시간이 지나서였는지 성당 내에는 기도하는 몇몇 신자들 뿐 많은 사람들을 찾아볼 수 없었어요. 

혹시 수녀님이나 신부님을 만날 수 없을까 싶어 행정실 건물을 두드려 봤지만, 누구의 흔적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어떻게 얼굴 한 번 못 뵙고 갈 수 있겠습니까!

엉덩이 무겁기로 유명한 호랑이는 성당에 엉덩이를 붙이고 하염없이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원동성당 주변을 둘러보았는데요.



원동성당의 교양을 맡은 안승범(20, 꽃보다 호랑이)군이 설명해 준 바에 의하면,

원동성당 앞에서 꽃보다 호랑이팀을 맞이해 주었던 동상은 악마와 싸우는 성 미카엘의 동상으로, 

꽃보다 호랑이팀이 이곳에 온 이유인 지학순 주교님이 민주주의를 위해 악(惡)과 싸운다는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고도 합니다.



원동성당은 한국전쟁 발발 초기인 1950년 7월 초 유엔군의 오폭으로 인한 화재로 타버리고 말았다고 합니다. 

 따라서 1951년 피란에서 돌아온 신자들이 불에 탄 성당의 벽돌들을 정성스럽게 고르고 다듬어 소성당을 지었는데, 이 소성당은 새 성전이 신축된 다음 소화유치원으로 쓰이다가 현재는 교리실로 활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건물의 왼편으로 가 보면 이 건물이 대한민국 근대 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음을 나타내 주는 표지판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한국전쟁 이후로 신축된 건물이긴 하지만, 그 역사는 130년으로 매우 깊습니다. 


 그렇게  원동성당에 대해 교양을 진행하며 하염없이 기다리던 와중, 성당 안으로 차가 들어와 신부님께서 내리셔서 혹시 원동성당의 사제가 맞으신지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원동성당의 신부님이 아니셨고, 기약 없는 기다림에 아쉬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신부님께서 원동성당에 온 걸 기념하는 사진을 찍어 주셨습니다 :)

(신부님과의 만남은 후에 엄청난 우연을 맞이하게 됩니다!!!! 소름!!!)


(신부님께서 찍어주신 사진!)


 하지만 불굴의 꽃보다 호랑이팀은 포기하지 않고, 사람의 흔적을 찾아 또 하염없이 기다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저희의 앞에 수녀님을 태운 차가 성당 내로 들어왔습니다(!!!!!)



저희는 미리 연락을 드리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드리며, 혹시 성당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는지 여쭈었습니다.


갑작스런 방문에도 수녀님께서는 따뜻하게 맞이해 주시며 성당의 대략적인 역사에 대해 설명해 주셨고, 또한 조선시대 천주교 박해 때 많은 사람이 희생되었던 원주 감영에 방문해 볼 것을 권유해 주셨습니다.


수녀님께서는 꽃보다 호랑이팀을 성당의 역사가 적힌 곳으로 안내해 주셨습니다.




 이 곳에서는 성당의 시작과 민주주의에 많은 기여를 하신 지학순 주교님의 흔적과 사진들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가운데 지학순 교주님의 사진)


 저희가 이 곳을 찾은 이유는 독재 정권 당시 민주주의의 파급에 많은 기여를 하신 지학순 주교님이 이를 결심하고 선언을 진행하신 곳이기 때문입니다.


 1974년 7월 23일에 지학순 주교께서는 유신헌법은 무효라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여셨습니다. 


 원주선언이라 불리는 이 회견 이전에 지학순 주교와 원주교구는 선교를 위해 방송과 연을 맺다가, 방송국의 부정의함을 알게 되었고 이러한 부정의를 바로세우기 위하여 1971년 9월 20일 연석회의를 열기도 하였습니다. 


 이후에 는 5·18민주화운동과 박종철 추모미사 등이 거행되었으며 현대에는 세월호 진상규명운동 이 이루어지는 등 여전히 민주주의의 활화산 역할을 원동성당이 지켜내고 있습니다



 독재 정권에서 민주화를 주장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셨을 것입니다.

 이 일로 인해 지학순 교주님은 징역 15년형을 선고받게 되었으나, 그 이후에도 원동성당은 멈추지 않고 민주주의 활동에 많은 참여를 지속했습니다.



 꽃보다 호랑이팀은 성당 내에서 잠시 민주화에 기여하신 지주교님 및 성당 관계자분들께 묵념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촛불 혁명을 직접 눈으로 겪어온 세대의 꽃보다 호랑이팀은 진심으로 그 당시의 용기에 감사하며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의 명맥을 이어나갈 것을 다짐했습니다.



 우리의 흔적을 남기며,

 원동성당 탐방 종료:)



 꽃보다 호랑이팀은 탐방을 마친 뒤, 수녀님께서 추천해주신 감영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감영은 원동성당에서 불과 5~10분 거리로, 얼핏 보면 드라마 세트장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탐방 온 사람들을 위해 전통놀이 기구도 한편에 마련해 두고 있었구요!



 기회를 놓칠쏘냐 투호를 해 보지만..

 결과는 처참함^6^


 감영 내 박물관에 들어가 보니, 천주교 박해 당시 처참하게 살해당한 기록들이 남아 있었습니다. 

 당시 예수 아래 모든 인간이 평등하다 믿은 천주교를 받아들이는 것은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자신의 신념을 포기하지 않고 죽음을 선택한 사람들에 대한 존경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분들의 신념과 믿음이 사회를 변혁시켜, 지금의 우리와 지금의 민주주의가 존재할 수 있게 된 것이니까요.


 그렇게 감영 방문까지 원주에서 모든 일정을 완료했습니다:)



숙소에서 야식을 함께 먹으며 첫날 기념 인증샷!


(굳이 음식사진 찍는데 나오겠다고 기어들어간 김진완(20,꽃보다 호랑이)군)

맛있게 야식 먹으며 첫날 모두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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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1일차 원동성당을 방문한 뒤 작성한 꽃보다 호랑이 팀원들의 후기 및 느낀 점입니다!


이예은 : 

원동성당을 첫째 날로 설정한 이유는 후일 방문할 제천 배론 성지와의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서였습니다. 원동성당에서 느낀 지학순 교주님의 흔적은 팀원 모두로 하여금 존경심을 자아내게 했습니다. 촛불 혁명 세대로서, 또한 사회과학을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그 업을 이어가야 겠다는 다짐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박민수 : 

원동성당은 첫 여행지라는 기대감을 갖고 찾았던 기억이 납니다. 사무실에도, 성당에도 사람이 없어서 사람들이 오기만을 기다리다가 만나게 된 수녀님과 사제님 모두 저희를 따뜻하게 반겨주신 덕분에 그저 둘러보기만 했다면 알지 못했을 것들을 많이 배우고 온 것 같아 기쁩니다. 성당을 모두 둘러보고 나서던 중, 성당 옆에 있는 작은 유치원을 보았는데 이 유치원도 성당과 역사를 함께한 곳이라는 것을 알고 나니 역사를 직접 마주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안승범 :

새벽에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와 조금 피곤하였지만, 우리의 첫 여행지인 원동성당, 특히 성당의 내부에 들어선 순간 종교적인 온도와 규모가 압도하는 분위기에 전혀 다른 세계에 온 듯한 치유를 느낄 수 있었다. 차분해지는 느낌을 받으며 종교를 믿는 이유를 조금 알 것 같았다. 수녀님의 도움으로 원동성당의 역사, 민주화 흔적이 전시된 방에 다녀올 수 있었고 무엇보다 악마를 무찌르는 미카엘 동상이 인상 깊었다.


김진완 : 

 원동성당을 들어갈 때 처음에 마주하는 것은 악마와 싸우는 성 미카엘의 동상이었다. 성당이라는 평화로운 공간에 왜 그러한 동상이 있는지 의아했으나, 지학순 주교의 일생을 듣고서는 그 동상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자유를 탄압하는 독재정권에 저항했던 지학순 주교의 모습을 보여주는 동상일거라 생각한다


손유진 :

첫 여행지인만큼 설레는 마음을 가지고 도착했다. 설명을 읽어보니 내부는 타도 외부의 모습은 옛 모습이 잘 보존되어 있다고 해서 신기했다. 악마와 싸우는 동상, 지학순 주교의 일생, 성당의 역사를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지학순 주교의 원주선언과 함께 70년대 반독재 투쟁의 불씨를 지폈다고 해서 인상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