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로니에 공원(옛 서울대학교 교수회관 터)

60년 4월 25일 오후 3시 서울 각 대학교수 258명이 서울대 교수회관에 모여 2시간 반 동안 토론을 거듭한 끝에 14개 항목에 달하는 시국선언을 채택하였다. “각 대학교수단 학생의 피에 보답하라”란 플래카드를 앞세우고 4.19에 이어 제2의 횃불을 올린 대학교수단의 시위는 오후 5시 45분에 4종대로 열을 지어 회관을 출발하면서 시작되었다. 계엄 하에서 움추려 들었던 시민들이 거리에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군에서는 예전부터 교수단의 거동을 살폈으나 일체 간섭하지 않고, 도리어 호위를 하다시피 대열의 앞뒤를 따랐다. 이날 발표된 시국선언문은 다음과 같다.

5년만에 고급주택가로 변한 동숭동 옛 서울대학교 문리대 자리
4.19혁명으로 인한 학생들의 죽음에 규합한 각 대학 교수단
교수단 시국선언문
이번 4.19 참사는 우리 학생운동사상 최대의 비극이요, 이 나라 의 정치적 위기를 초래한 중대 사태 이다. 이에 대한 철저한 규정이 없이는 이 민족의 불행한 운명은 도저히 만회할 길이 없다. 우리 전국 대학교 교수들은 이 비상시국에 대처하여 양심의 호소로써 다음과 같이 우리의 소신을 선언한다.
1. 마산.서울 기타 각지의 데모는 주권을 빼앗긴 국민의 울분을 대신하여 궐기한 학생들의 순수한 정의감의 발로이며 불의에는 언제나 항거하는 민족정기의 표현이다.
2. 이 데모를 공산당의 조종이나 야당의 사주로 보는 것은 고의의 왜곡이며 학생들의 정의감의 모독이다.
3. 합법적이요 평화적인 데모학생에게 총탄과 폭력을 기탄없이 남용하여 대량의 유혈참극을 빚어낸 경찰은 정권을 유지하려는 일부 정치집단의 사병이었다.
4. 누적된 부패의 부정과 횡포로서의 민족적 대참극. 대치욕을 초래케 한 대통령을 위시하여 국회의원 및 대법관 등은 그 책임을 지고 물러나지 않으면, 국민과 학생들의 분노는 가라앉기 힘들 것이다.
5. 3.15 선거는 불법선거이다. 공명선거에 의하여 정.부통령 선거를 다시 하라.
6. 3.15 부정선거를 조작한 주모자들은 중형에 처하여야 한다.
7. 학생살상의 만행을 위에서 명령한 자 및 직접 하수자는 즉시 체포 처단하라.
8. 모든 구금된 학생은 무조건 석방하라. 그들 중에 파괴 또는 폭행자가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동료 피살에 흥분된 비정상 상태 하의 행동이요, 폭행 또는 파괴가 그 본의가 아닌 까닭이다.
9. 정치적 지위를 이용 또는 권력과 결탁하여 부정축재한 자는 군. 관. 민을 막론하고 가차 없이 적발 처단하여 국가의 기강을 세우라.
10. 경찰은 학원의 자유를 보장하라.
11. 학원의 정치도구화를 배격한다.
12. 곡학아세하는 사이비 학자와 정치도구화 하는 소위 문인 예술인을 배격한다.
13. 학생제군은 38선 너머, 호시탐탐하는 공산괴뢰들이 군들의 의거를 선전에 이용하고 있음을 경계하라. 그리고 이남에서도 정치적으로 악 이용하려는 불순분자를 조심하라.
14. 시국의 중대성을 인식하고 국가의 장래를 염려하여, 학생들은
흥분을 진정하고 이성을 지켜 속히 학업의 본분으로 돌아오라

4월 19일 오전 서울대 문리대 상황

8시 50분 동숭동 서울대 문리대 게시판과 문리대와 이웃한 법대. 미대. 교양과정부. 의대. 약대. 치대. 수의대 등 각 단과 대학 게시판에도 똑같은 격문이 일제히 나붙었다. 그때 오전 8시 30분, 교문을 박차고 나온 신설동 대광고교생 1천여 명이 경찰의 저지선에 부딪쳐 종로5가에서 혜화동 방면으로 방향을 바꾸어 서울대 문리대 앞을 지나갔다. 이것이 신호가 되어 서울대 문리대 학생들이 마로니에 앞 광장에 모여들었다. 오전 9시 20분 문리대생을 선두로 법대. 미대. 약대. 수의대. 치대생 들이 거리로 나섰다. 모두 3천여 명의 서울대 시위대는 경찰 저지선을 쉽게 돌파하고 태평로 국회의사당을 목표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이때 발표된 <서울대 문리대 선언문>은 다음과 같다.

<서울대 문리대 선언문>

상아의 진리탑을 박차고 거리에 나선 우리는 질풍과 같은 역사의 조류에 자신을 참여시킴으로써, 지성과 진리 그리고 자유의 대학정신을 현실의 참담한 박토에 뿌리려 하는 바이다.
오늘의 우리는 자신들의 지성과 양심의 엄숙한 명령으로 하여 사악과 잔악의 현상을 규탄 광정하려는 주체적 판단과 사명감의 발로임을 떳떳이 천명하는 바이다.
우리의 지성은 암담한 이 거리의 현상이 민주와 자유를 위장한 전체주의의 표독한 전횡에 기인한 것임을 단정한다. 무릇 모든 민주주의의 정치사는 자유의 투쟁사이다. 그것은 또한 여하한 형태의 전제도 민중 앞에 군림하는 ‘종이로 만든 호랑이‘같이 어설픈 것임을 교시한다.
한국의 일천한 대학사가 적색 전제에의 과감한 투쟁의 거획을 장하고 있는 데 크나큰 자부를 느끼는 것과 꼭 같은 논리의 연역에서 민주주의를 위장한 백색 전제에의 항의를 가장 높은 영광으로 우리는 자부한다. 근대적 민주주의의 기간은 자유다. 우리에게서 자유는 상실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아니 송두리째 박탈되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이성의 혜안으로 직시한다.
이제 막 자유의 전장엔 불이 붙기 시작했다. 정당히 가져야 할 권리를 탈환하기 위한 자유의 전역은 바야흐로 풍성해가고 있는 것이다.
1961년 4월 19일 4.19혁명 1주기를 기념하며 제막하는 서울대 문리대 4.19탑. 지금은 관악캠퍼스로 옮겨가 있다.
민주주의와 민중의 공복이며 중립적 권력체인 관료와 경찰은 민주를 위장, 가부장적 전제권력의 하수인으로 발 벗고 나섰다. 민주주의 이념의 최저의 공리인 선거권마저 권력의 마수 앞에 농락되었다. 언론. 출판. 집회. 결사 및 사상의 자유의 불빛은 무식한 전제권력의 악랄한 발악으로 하여 깜박이던 빛조차 사라졌다. 긴 칠흑 같은 밤의 계속이다. 나이 어린 학생 김주열의 참시를 보라! 그것은 가식 없는 전체주의 전횡의 발가벗은 나상밖에 아무 것도 아니다. 저들을 보라! 비굴하게도 위하와 폭력으로써 우리들을 대하려 한다. 우리는 백보를 양보하고서라도 인간적으로 부르짖어야 할 같은 학구의 양심을 느낀다.
보라! 우리는 기쁨에 넘쳐 자유의 횃불을 올린다. 보라! 우리는 캄캄한 밤의 침묵에 자유, 자유의 종을 난타하는 타수의 일원임을 자랑한다. 일제의 철퇴 하에 미칠 듯 자유를 환호한 나의 아버지, 나의 형들과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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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22